식물일기

개미와 용의선상의 화분 (上)


6월 9일, 다섯 개의 식물 택배가 우리집에 도착했다. 퇴근하자마자 택배를 뜯어 Y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식물들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화분을 쌌던 포장재들을 한쪽에 치워두고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세 시간쯤 뒤 화분들을 바라보며 평화롭게 있는데 작은 개미들이 몇 마리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또다시 몇 마리, +몇 마리, +몇 마리... 침대 아래에서 개미가 계속 기어나오고 있었다.

집에서 개미를 만난 건 처음이었다. 베란다에서 들어온 작은 거미 정도를 제외하면 각종 벌레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오는 개미들을 휴지로 눌러 죽였다. 계속 계속 한 마리씩 나왔고 계속 죽였다. 그렇게 20분 정도 있다보니 더이상 개미가 나오지 않았다. <이 개미들은 원래 우리집에 살던 것들이 아니고 택배 속 식물들을 따라서 몇 마리 온 거겠구나. 하지만 이제 없나보다.> 나는 속편하게 생각했다. 6월 10일부터 6월 13일까지, 개미는 한 번도 (내 눈앞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6월 9일에 도착한 식물:
  1. 필로덴드론 옥시카르디움 라임
  2. 필로덴드론 플루토
  3. 구문초
  4. 코다타고사리
  5. 무늬 싱고니움

6월 13일이었던 어제 양재꽃시장에 가서 초코리프를 사왔다. 초코리프는 이미 토분에 심겨 있었기에 분갈이가 필요없었다. 대신 6월 9일에 도착한 식물 5종을 분갈이해주기 위한 플라스틱 화분이 이날 도착해 있었다. Y와 함께 분갈이를 시작했다. 6월 9일에 도착한 식물 중 1, 3, 4, 5번을 분갈이해주었다. 2번 플루토를 분갈이해주지 않은 이유는 다섯 중 가장 큰 화분이었고 흙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Y는 우리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고, 몇 시간 더 머문 뒤 돌아갔다. 구문초를 그에게 분양해주었다. 그의 집에 들러 그가 내게 나누어주기 위해 사둔 한아름상토 10리터를 받아 돌아왔다. 그리고 분갈이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6월 13일 밤의 분갈이
  1. 필로덴드론 플루토(6월 9일 택배로 도착)
  2. 필로덴드론 버킨(5월 30일 사옴)

분갈이 후 물을 주고 선풍기 앞에 플루토와 버킨을 놔주었다. 선풍기를 밤새 돌려놓고 잠을 잤다. 그러니까 플루토와 버킨은 13일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실내에 있었다.

6월 13일 밤, 분갈이를 마친 버킨(왼쪽)과 플루토(오른쪽).

개미가 실내에 출몰한 날은 6월 9일과 6월 14일이다. 6월 9일은 필로덴드론 플루토가 도착한 날이다. 나는 도착한 식물들을 실내에 두고 한참 바라보았다. 플루토는 6월 13일 밤부터 6월 14일 오전에도 집 안에 있었다. 이외의 시간에는 늘 베란다에 있었다.

플루토는 개미의 출몰과 아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것만 같다. 플루토를 실내로 들여놓은 날과 개미가 출몰한 날이 정확히 겹치기 때문이다. 6월 9일에 우리집에 도착했을 때부터 플루토가 들어 있던 큰 포트의 흙 상태는 무척 지저분했다. 어제 분갈이를 할 때도 느꼈지만 각종 이물질도 너무 많았다.

개미를 발견하고 괴로워하며 이직 준비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Y는 <맥스포스 퀀텀을 사서 돌아가서 약을 치면 된다.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 속에서 잠시 개미를 지우고 이직 활동을 계속해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안에 개미가 있고 그것이 침대 아래에서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지금 내 몸이 집밖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정을 할 수가 없다. 침대를 들어보면 개미의 본거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될 텐데 차마 그렇게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계획하고 있는 일은 다음과 같다. (1) 맥스포스 퀀텀을 사간다. (2) 집안 구석구석과 플루토 화분 주변에 맥스포스 퀀텀을 도포한다. (3) 개미가 싫어하는 식초 희석 용액을 상시 화분들에게 뿌려준다(후속 피해를 방지하기 위함). (4) 앞으로 한동안 식물에게 물을 줄 때는 늘 비오킬을 물에 섞어서 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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