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호와 피리, 푸푸리, 리틀솜에게




  1. interactive connection학명: Euphorbia tirucalli
  2. html cleaner 상위 분류: 유포르비아
  3. Word to html 보존 상태: 관심 대상 (안정)
  4. replace text 특징: 소량의 독성

  5. 피리가 우리 집에 온 날, 그날은 분갈이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쌔쌔드가 배양토와 화분을 준비하고, dol이 화분을 들고 집으로 찾아왔다. 집단 분갈이의 날이었지만, 비가 많이 왔다. 전날엔 이렇지 않았다. 너무 더워서 다들 두 발로 걷지 않고 네 발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비가 오자, 모두들 언제 그랬냐는 듯 네 발로 뛰던 다리를 고이 접어 두 발은 우산을 들고, 두 발은 축축한, 빗물이 고인 땅을 걸어 다녔다. 분갈이 하기에 좋은 날씨는 아냐, 쌔쌔드가 말했고 dol이 편지 한 통을 건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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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숙하면 잎이 없어지고 연필 두께만큼의 가지가 나온다. 청산호를 자르면 하얀 잎이 나오는데 독성이 있으니 조심하십시오. 선인장 수액에는 독이 있어 장갑을 끼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선인장 수액에는 독이 있습니다. 유즙엔 가솔린 성분과 유사한 휘발성 물질이 있으므로, 대량 재배해 가솔린 대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직사광선이 밝게 비치는 창가가 좋다. 원래 이름 “유포르비아 티루갈리”. 봄이면 가지 끝에 노란색 꽃이 핀다. 물은 한 달에 한 번, 조금씩 준다. 수액엔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유독성 라텍스를 생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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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이 있다구?

    나는 놀랐지만 놀라지 않은 척 했다. 쌔쌔드는 자신의 친구 푸푸리를 보여줬다. dol은 자신의 친구 리틀솜을 보여줬다. 푸푸리는 꼬불꼬불 했고, 당장이라도 불길이 일어날 것 같았다. 리틀솜은 보여줬지만 보이지 않았다. 리틀솜은 다음에 직접 와서 봐. dol이 말했고, 알았다고 말했다. 두 친구의 식물은 이제 막 분갈이를 마쳐 말끔한 모습이었다. 나는 연필선인장이자 유포르비아 티루갈리이자 청산호인 내 친구 피리를 봤다. 그리고 편지를 봤다. 수액엔 실명을 유별할 수 있는 유독성 물질이 있다. 독성이 있다. 무서운 말 투성이었다. 나는 편지를 보고 너무 놀라 피리를 마켓에 올려 팔까? 누군가에게 양도할까? 쌔쌔드는 집에 수경재배 식물이며, 호야며, 제니며, 여러 친구를 키우고 있으니 쌔쌔드에게 양보할까? dol은 집에 상상추며 깨깻잎이며 고고추를 키우고 있으니 dol에게 양도할까? 하다 각별히 정신을 부여잡고 피리와 대화를 나눠보기로 했다.

    피리는 옆에 작은 친구를 데리고 있었다. 노란색 꽃이었고, 편지에 적힌 말이 떠올랐다.
    “봄이면 가지 끝에 노란색 꽃이 핀다.”
    지금은 봄이구나. 나는 피리를 보고 봄인 줄 알았다.

    오늘은 분갈이를 하기로 한 날이므로, 지친 피리를 더 지치게 만들기 전에 빠르게 슥 흙에서 뽑아 올려 새로운 화분에 옮겨야 했다. 빠른 손동작이 요구 됐다. 피리의 머리를 잡고, 두 발로 조심스럽게 흔들흔들... 들어올렸다.

    muumuu 뿌리가 왕창 뽑혔어.
    쌔쌔드가 말했다.

    피리 주변엔 뿌리의 잔해가 널려 있었다. 갑자기 dol이 준 편지가 떠올랐다. 독.성.이.있.으.니.조.심.하.십.시.오. 나는 피리의 심기를 거슬렸을까 무서웠다. 하지만 수경재배의 왕인 푸푸리가 다가와 얘기했다. 곧 뿌리가 내릴 거에요. 기다려봐요. 푸푸리의 얘기를 듣자 하나도 안 무서웠다.

    피리는 새로운 화분에서 더 편안해 보였다. 화분은 넓고 큼직해졌으며, 흙은 윤기가 돌았다. 비가 많이 오고, 사람들이 두 발로 서서 걸어다니는 날이었지만, 다행이 피리의 기분은 좋아보였다. 피리는 청산호과로 볕을 좋아하는 친구다. 물은 한 달에 한 번씩 조금씩 소분하듯 주어야 한다. 봄이 되면 노란색 꽃이 핀다. 피리가 원래 살던 고향은 아주 무덥고 건조한 곳이었다고 한다. 나는 피리의 고향이 어디인지도 모른 체 피리 같이 생겼다는 이유로 피리를 데려왔다. 원룸 한 가운데 피리가 있다. 내가 있고, 그 옆에 쌔쌔드와 dol이 있고, 리틀솜과 푸푸리가 있다. 우리는 원목 탁자 앞에 앉았다. 분갈이 한 식물들을 하나씩 놓고 잠시 커피를 마신다.

    dol이 커피를 내리고 쌔쌔드가 마켓에서 데려온 토끼 유리잔을 내왔다. 유리잔엔 눈물을 흘리는 토끼가 있었다. 거기에 얼음을 왕창 넣고, 빗소리를 들으며 코히 마시기. 우리는 식물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삼십 여 분을 가만히 있었다. 주말 내내 비가 오면, 피리는 건조하고 볕이 쨍한 고향에서 왔기에 힘들어 할 것이다. 우리도 비가 오는 날을 힘들어 한다. 하지만 푸푸리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고, 물 속에 뿌리 내리며 산다. 우리는 각자 다른 고향에서, 머나먼 곳에서 와 작은 방 한가운데 모였다. dol은 캠핑의자를 좋아하고, 리틀솜을 작은 소나무라 부른다. 쌔쌔드는 최근 뜨개질에 재미를 붙여 푸푸리를 위해 실타래를 모았다. 피리, 푸푸리, 리틀솜은 모두 다른 곳에서 왔다. 우리도 다른 곳에서 왔다. 나는 고양에서 왔고 쌔쌔드는 대구에서 dol은 아산에서 왔다. 다른 기후를 가지고 서로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다르거나 같은 우리가 한 방에 모인 날. 그날은 비가 오고 그래서 분갈이 하기에 적절한 날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였고, 분갈이를 했다. 피리는 만족했고, 나도 만족했고, 친구들도 만족했다.

    볕이 쨍쨍 내리 쬐는 날,
    선유 아이슬란드에서 캠핑의자를 갖고 원반을 던지기로 하지.

    우린 네 발로 걸을 수 있는 날, 선유 아이슬란드에 가기로 했다. 그게 다음 약속이었다. 코히에 뜨거운 김이 가라앉자 모두 자리를 떴다. 셋이 떠나고, 셋이 남았다. 방 안에 피리, 푸푸리, 리틀솜이 있었다.